
Ittoki Otoyaya
X
Eisuke Yorami
<잇토키 오토야 X 에이사카 요루미>
-샤비-
달빛이 환하게 비추는 날은 바닷속 꽤 깊은 곳까지 달빛이 들어왔다. 월광이 있는 곳을 찾아 바닷속을 이리저리 헤매다 보면, 어느새 달은 바다로 숨어버리고 해가 모습을 비췄다. 요루미는 해가 완전히 떠오르면 달과함께 바다로 숨어버렸다. 태양 아래는 그녀가 버티기엔 뜨거워 괴로웠다. 태양 아래에 오랜 시간 있다보면 그녀의 살갗이 빨갛게 변했다. 해가뜨면 잠을 자거나 물 속의 산호초를 보러가거나,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떼를 헤집어 놓는다거나 ㅡ 그 후엔 물고기들의 투정을 엄청나게 들었지만.ㅡ . 가끔은 가라앉아버린 배를 탐험하기도 했다. 바다에는 사람들의 물건이 흘러 들어왔다. 대부분은 파도를 타고 요루미가 있는 곳까지 오곤했다. 하얗고 네모난 것에 까맣게 이상한 그림을 그려놓은 것, 투명하고 길쭉한 것 ㅡ 이건 가라앉은 배에서 나온 커다란 함에 넣어두었다.ㅡ, 그리고 조개가 품은 동그랗고 작은 하얀 돌을 여러개를 이어 만든 것도 보았다. 가운데에는 미역보다 좀 더 밝은 색의 반짝이는 돌이 있었다. 요루미는 반짝이는 돌을 좋아했다. 그것은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닮아서, 마치 별을 가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돌 역시 함에 넣어두었다가 밤이되면 돌을 들고 수면 위로 올라가 하늘을 한 번, 돌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반짝이는 별이, 손 안에 있다.
가끔은, 아주 가끔씩은 바다 위로 배가 지나갈 때가 있다. 호기심에 슬쩍 수면으로 올라가보면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해가 뜬 낮에 배를 본다고 무심코 고개를 올려다가 따가운 햇살에 다시 물 속으로 숨어버렸다. 해는 요루미에게는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제대로 배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해가 바다로 숨어버릴 때 쯔음, 하늘이 예쁘게 변하는 시간과 밤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가끔,특별한 사람이 찾아오곤했다. 해가 바닷속으로 숨어버릴 때의 하늘보다 더 예쁜 색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밤에도 더워서 놀지도 못하고 하루종일 물 속에서 놀기만했던 계절에 찾아왔다. 실수로 그가 타고있던 것을 뒤집어버려 숨을 나누어준 것이 생각났다. 뜨겁지가 않았다. 물 속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주한 입술이 뜨겁지는 않았다. 해처럼 뜨겁지도, 심해처럼 차갑지도 않았다.
밤에도 뜨거운 것은 정말 싫었다. 예쁜 밤하늘을 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수면 위로 올라가면 낮보다는 덜한 뜨거운 공기에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밤공기는 사람들이 시원하다고 했었는데. 그녀는 예전에 사람들이 배 위에서 했던 말이 기억났다.
‘밤공기는 시원하네요. 바다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요.’
‘시원한가요? 시원하다면 다행이네요.’
화려하게 장식 된 배 위에서 달빛을 받으며 두 남녀가 말하는 것을 의도치않게 듣게 되었다. 지금쯤이면 뜨겁지 않을거야,라 생각하고 고개를 내밀었다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물 아래로는 힘차게 꼬리를 쳐대며 배 주위를 돌았다. 두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배 안으로 사라졌다. 요루미는 잠깐 배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물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쯤이면 늘 왔었는데. 제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베베 꼬았다. 손가락 사이로 머리카락이 힘없이 퍼졌다. 늘 봐도봐도 신기한 머리색이다. 물 속에서는 찾기 어려운 색이었다. 예전에, 겨울이 다가와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던 물고기의 비늘과 비슷한 색이었다. 유유히 이동하는 물고기를 눈으로만 쫓았다. 물 속으로 들어온 햇빛에 비늘이 반짝였다. 예쁘다, 요루미는 무의식적으로 말을 뱉었다. 나도 저럴까? 그 애가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하면 좋겠어.
잘까? 별이 뜬 지도 몇 시간이 지났다. 물 속에 가만히 누워서 멍하게 위를 보고만 있었다. 물 속으로 들어온 달빛이 제 몸을 비추고 있다. 조용한 물 속에서 느껴지는 게 있다. 멀리서 파도를 타고 온 진동이었다. 어? 그녀는 몸을 왼쪽으로 비틀었다. 미세한 진동이지마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겠지? 그녀는 부드럽게 꼬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진동의 원인은 요루미가 있던 곳에서 꽤 떨어진 곳이었다. 커다란 배 한 척과 그 옆에는 제 꼬리보다 조금 작은 배가 있다. 혹시 그 애가 아닐까? 그녀는 작은 배 가까이로 다가갔다. 햇빛이 없어서 배 위에 누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달빛이라도 조금 비춰주면 좋겠다.
“다른 곳으로 가버렸나…? 으음, 그렇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대신 그녀가 원하는 것과는 다르게,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익숙한 목소리다. 그 애가 맞나? 그녀는 조금 더 위로 올라갔다.
“아, 이쪽이 아닌걸까… 그럼, 저기?”
“여기 맞아!”
다시 한번 더,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듣고는 바로 수면 위로 올라갔다. 그 애가 맞다! 갑자기 불쑥 나타난 그녀를 놀란 표정으로 보던 그는 그녀를 보곤 활짝 웃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그가 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의 손길이 좋은지 꺄르르 웃으며 말했다.
“응! 잘 지냈어! 그건 그렇고 내 머리, ...어때?”
“...? 무슨 뜻이야?”
“그러니까, 예쁘다거나,그런 거 있잖아!”
응? 뜬금없이 물어오는 말에 그는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처음으로 하는 말이 머리가 어떻냐니. 머리 스타일을 비꿨나? 그런 건 없다. 저번에 봤을 때 보다 더 길어진 것 말고는 변한 게 없다. 예쁜 해바라기색 머리도, 변함이 없다.
“아, 그런거라면 … 응! 예쁜 걸.”
“정말?”
거의 엎드려 절 받기 식이었지만 요루미는 그 말에 기분이 좋은 듯 다시 꺄르르 웃었다. 달빛에 살짝 보이는 그녀의 두 뺨이 착각인지는 몰라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동화합작,인어공주)
(우타프리 시어터 샤이닝 합작, Pirates of the frotier)